가장 비싼 물
가장 비싼 물
瓦也 정유순
우리는 언제부터 물을 이용하기 시작했을까? 아마 의도적으로 이용했다 기 보다는 물은 생명의 근본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이 땅에 생명이 수정되기 전부터 물을 찾았을 것이다. 그래서 물은 생명이고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인류의 문명은 물이 풍부한 강변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한강발원지 검룡소>
아마 땅이 기름져 농사가 잘 되었을 것이고, 물을 이용한 교통이 편리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 살았을 것이다. 즉 물을 이용했다는 얘기이다. 우리나라에 널려 있는 선사시대 유적지에 가 보아도 가까운 곳에 틀림없이 물이 있다. 그래서 물은 말이 없지만 우리의 과거를 다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은 우리에게 항상 겸손하라고 가르쳐 주는 가 보다.
<낙동강발원지 황지>
산업혁명(産業革命)이 일어난 18세기 후반부터 불기 시작한 공업화(工業化)의 바람은 물의 사용량을 증가시켜 왔을 뿐만 아니라 물을 오염 시켜 서서히 죽은 물로 만들어 왔다. 인간은 오로지 생활의 편리와 사치스런 욕망만을 추구한 결과, 지금까지 물을 포함한 지구상의 자연을 무지막지하게 파괴하여 왔다.
<금강발원지 뜬봉샘>
산업혁명은 우선 우리들이 사용하는 도구들을 생활에 편리해지게 만들었고 아울러 과학의 발달을 가져와 사회의 구조를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틀로 바꾸어 버렸다. 또한 과학의 발달은 기계뿐만 아니라 독성이 강한 농약을 비롯하여 각종 화학물질을 만들어냄으로써 물의 오염을 가중시켜 왔고 지금도 계속하여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섬진강발원지 대미샘>
인구도 산업기반을 중심으로 집중되어 도시화가 형성되면서 생활하수가 늘어나고 쓰레기의 양이 많아지면서 주변하천은 물고기도 살 수 없는 죽음의 강으로 변해 갔고, 그물은 강줄기를 따라 바다까지 오염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그래서 정부와 기업은 많은 돈을 들여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데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해온 게 사실이고, 먹는 물도 고도의 정수(淨水)처리 하여 수도관을 통해 가정으로 공급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영산강발원지 용소>
산업혁명 이전에는 농업이 산업의 주를 이루었고 제조업은 농사의 도구를 만드는 것과 전쟁에 필요한 군수물자정도를 만드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경제사회구조가 거의 자급자족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때는 생활이 아닌 생명의 보존을 위해 필요한 만큼만 사용했기 때문에 물은 자정능력으로 깨끗함을 항상 유지하면서 모든 생명을 보호해 왔다.
<태백의 구문소>
물과 공기 같은 자연재화(自然財貨)는 자연에서 거저 얻어지는 자유재(自由財)라 하여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사정은 어떠한가? 먹는 물을 확보하고 공급하는데 막대한 국가예산을 투입하여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만 하더라도 이천만 이상의 인구가 한강 물을 마셔야만 생활을 할 수 있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리가족>
또 수돗물을 사용하는 가정에서는 사용량에 따라 ‘물이용부담금’을 납부하여 강 상류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개발제한에 따른 손해를 부담하여야 한다. 그리고 사용하고 버리는 생활하수와 공장폐수를 처리하는데도 거의 같은 수준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수돗물보다 더 깨끗한 물을 찾기 위하여 수도꼭지에 정수기를 부착하거나 ‘생수’로 포장된 물을 구입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수원화성 방화수류정 야경>
그래도 우리나라는 물 사정이 나은 편이나 그렇지 않은 외국의 여러 나라에서는 먹는 물을 확보하기 위하여 초비상대책을 찾는가 하면 물의 여유가 있는 외국에서 수입하여 조달하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식당에서는 마시는 물은 달라고 하면 달라는 대로 그냥 받아 마실 수 있지만, 외국에서는 식당에서 물을 마신만큼 비싼 물 값을 별도로 지불하여야 한다. 그래서 지금의 물은 자유재가 아니라 생명을 지켜주는 생명재(生命財)이며 값이 가장 비싼 경제재(經濟財)이다.
<동강의 한반도지형>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예측(豫測)하기를 “20세기에는 석유자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전쟁을 했지만, 21세기에는 깨끗한 물을 확보하기 위하여 전쟁을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우리나라도 멀지 않아 물 부족국가가 될 것이라고 UN에서 전망한바 있다. 물 부족현상이 발생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직한 일이다. 물이 없는 도시는 폐허(廢墟)이기 때문이다. 아니 생존 그 자체가 불가능 할지도 모른다.
<한강 상류 골지천>
우리말에 “물 쓰듯”이라는 말이 있다. “돈이나 물자를 아낌없이 마구 쓰는 모양”을 가리키는 말인 것 같다. 예부터 우리나라는 금수강산(錦繡江山)이라 하였다. ‘사내의 근육질처럼 힘차게 뻗어 내린 산과, 여인의 치마처럼 펼쳐진 고운 들녘이 조화를 이루고 산골자기를 따라 맑고 깨끗한 물이 촉촉이 생명을 적시며 흘러 내려 마치 비단에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 같다.
<두타산 쌍폭포>
개발이란 이름으로 마구 파 해쳐져 흉터가 난 곳도 많이 있지만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지금 다녀 봐도 우리가 지키고 가꾸어야 할 아름다운 곳이 더 많다. 그래서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도 아름답고 물 인심도 넉넉하였던 것 같다. 지금도 물 인심은 다른 것에 비하여 너무 좋은 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물을 돈 쓰듯’하여야 한다.
<영산강>
깨끗한 물을 얻기 위해서는 수자원(水資源)을 많이 확보하는 게 시급히 해결할 문제인 것은 틀림없는 일이지만 그보다도 우리 모두가 강이나 호수 등을 오염(汚染)시키지 않아야 하고, 또한 물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돈처럼 아껴 쓰는 것만이 최선의 길이다. 또 숲을 가꾸고 잘 보전하여야 한다. 나무가 저장하고 있는 물의 양은 단순하게 수학으로 계산 할 수 없다.
<튜립(목백합)나무>
숲이 잘 발달된 계곡은 물이 마르지 않고 생물들의 보금자리가 되는 것만 보아도 짐작이 가능하다. 이렇게 하는 길만이 우리가 이 땅에서 자자손손 뿌리를 내리고 대대로 살아 갈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일 것이다. 별빛 쏟아지는 새벽에 깨끗한 물 한 그릇 정성들여 떠 놓고서 자식의 성공과 안녕을 기원하는 간절한 우리어머니의 마음처럼…
<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