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마중 길 한강(4, 完)
봄 마중 길 한강(4, 完)
(방화역∼당산역, 2017년4월5일)
瓦也 정유순
아침부터 흐리고 빗발이 날린다. “가랑비는 가라고 내리고, 이슬비는 있으라고 내린다”라는 우스게 소리가 있지만, 가랑비나 이슬비나 옷이 젖는 것은 똑 같다. 오늘은 강서구 방화3동에 있는 방화역(傍花譯)에서 출발하여 한강변으로 나간다. 방화역은 산의 형상이 꽃피는 모양이라고 하는 개화산(開花山) 옆의 마을이라서 얻은 동명(洞名)에 따라 방화역이 되었고, 개화산역 다음 역으로 지하철 5호선 시·종착역(始·終着驛)이며 1996년 3월 20일 문을 열었다.
<방화역>
방화산역 2번 출구로 나와 강서공업고등학교 앞으로 하여 강서한강공원 쪽으로 방향을 잡아 강서둘레길로 접어든다. 봄의 물기를 잔뜩 머금은 숲길 옆에는 개나리가 제일 먼저 봄소식을 알리고, 강변고가도로 밑으로 난 꽃터널길을 지나 한강공원 정곡나들목을 나서면 강서한강공원이 펼쳐지고 바로 방화대교가 나온다.
<강서공업고등학교>
<강서둘레길>
방화대교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구간 중 서울특별시 입구에 1999년 준공된 다리이다. 민간자본 제1호로 한강에 27번째 세워진 다리이며 총 연장거리 약2.6㎞이다. 특히 중앙부 540m의 아치트러스트는 비행기 이·착륙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미관이 뛰어나며 남쪽의 개화산과 북쪽의 덕양산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고 한다. 인천공항 전용 고속도로이기 때문에 한강 남·북의 자유로나 올림픽도로와의 진·출입이 불가능하여 한강변 간선도로 간의 교통 분산효과는 미미하다.
<한강공원 정곡나들목>
<방화대교>
강서한강공원은 한강의 남단 가양대교에서 서울∼김포시 경계까지 조성되었으며 습지생태공원과 체육공원이 결합된 공원으로 하천의 자정능력(自淨能力)을 높였다. 특히 2002년 7월에 개원한 강서습지생태공원은 습지·수생식물을 심은 담수지와 저습지 등을 조성하였다. 버드나무 숲이 우거진 갈대밭 사이로 탐방로를 따라 걸으면 여러 종류의 나무와 새들을 만날 수 있다. 더욱이 여름과 겨울에는 철새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강서한강공원>
방화대교 밑에는 <고려사절요>에 나오는 “투금탄(投金灘)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고려 공민왕 때 어느 형제가 함께 길을 가던 중 아우가 금덩어리 두 개를 주워 하나를 형에게 주었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데, 아우가 갑자기 금덩어리를 강물에 던져버려 형이 이상하여 아우에게 물었더니, “그동안 형을 매우 사랑했는데 지금 금덩어리를 나누고 보니 갑자기 형을 미워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따라서 차라리 강물에 던져버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하자 형도 “네 말이 과연 옳구나” 하고는 동생을 따라 금덩어리를 강물에 던져버렸다는 이야기로 물질보다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하라는 것 같다.
<투금탄이야기>
강 건너에는 행주산성대첩비가 보인다. 덕양산 정상에 있는 행주산성은 삼국시대 초기 산성으로 추정하나, 임진왜란 때 진주대첩 및 한산대첩과 행주대첩 등 3대 대첩으로 더 유명하다. 권율의 지휘 하에 한강에서 올라오는 3만의 왜적을 물리친 곳으로 행주치마가 이곳 부녀자들이 앞치마로 돌을 날라 전쟁을 도왔다하여 부르게 되었다는 유래가 있다.
<덕양산 행주산성 대첩비>
충장공 권율의 행주대첩을 기리기 위해 충장사에서 매년 3월 14일에 행주대첩제를 지낸다고 한다. 덕양산 정상에는 대첩비가 탑처럼 높게 서 있고, 비각 안의 대첩비는 조선의 명필 석봉 한호가 썼다고 하는데, 비문은 마모가 되어 원문을 제대로 읽기가 힘들다. <정유순의 세상걷기 중에서, 2017.3.10 도서출판 박물관>
<행주산성 대첩비각-2015년11월 촬영>
작년 여름에 무성했던 갈대도 세월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옆으로 길게 누워 봄기운을 받고 새로 돋는 싹을 보호하는가 보다. 보행로 옆으로는 일찍 핀 조팝나무 몇 그루가 하얀 좁쌀처럼 얼굴을 내민다. 여의도에서 김포 하구까지 강변으로 잘 발달되었던 갈대밭은 자전거 전용도로와 보행자도로로 바뀐 지 오래된 것 같다.
<조팝나무>
한강 상류로 조금 올라오면 서울역에서 김포공항과 인천국제공항으로 바로 연결되는 공항철도 전용인 마곡대교(麻谷大橋) 가 나온다. 2010년 12월에 개통된 마곡대교는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동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현천동 사이를 연결하는 총길이 1090m의 철교이다. 한강에 놓인 다리 가운데 한강철교와 지하철 2호선의 잠실과 당산철교에 이어 4번째 철도전용 다리이다.
<마곡대(철)교>
<마곡대교와 방화대교, 덕양산>
앞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을 안고 가는 걸음걸이는 더디다. 빗방울도 바람 따라 세차게 얼굴을 때린다. 우장(雨裝)을 다시 고쳐 입고 가양대교 쪽으로 향한다. 가양대교 남단 가까운 곳에는 시민들이 쉽게 강변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승강기(昇降機)를 설치해 놓았다. 그리고 가양대교 남단 근방에는 수질오염 때문에 팔당부근으로 옮기기 전까지 인천의 상수원을 공급하던 가양취수장이 있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그 자리가 어디인지 흔적이 없다.
<한강으로 드나드는 승강기>
2002년 5월에 개통된 가양대교(加陽大橋)는 강서구 가양동과 마포구 상암동을 잇는 다리로 북단은 강변북로, 남단은 올림픽대로와 직접 연결된다. 교량 남쪽과 북쪽 끝에 위치한 화곡나들목과 상암나들목을 통해 동서남북 전 방향 진출입이 가능한 한강의 유일한 다리라고 한다. 2002년 월드컵 때에는 상암 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관람객에게 부드러우면서도 단순한 조형미를 갖춘 아름다운 파노라마식 야간조명을 선보였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가양대교>
가양대교 북단 우측으로는 노을공원과 하늘공원이 나란히 보인다. 두 공원은 옛날 한강의 하중도(河中島)인 난지도(蘭芝島)라는 섬이었는데, 1978년도부터 서울시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일반쓰레기와 산업쓰레기를 구분하지 않고 1993년까지 15년 동안 매립한 곳이다. 매립방식도 비위생 단순매립으로 강 건너인 한강 남단에서도 악취가 진동하던 때가 있었다.
<노을공원>
필자는 88서울올림픽들 앞두고 현장에 직접 들어가 봤는데 악취는 물론 파리가 들끓었고, 쓰레기를 묻은 곳곳에 메탄가스가 올라오는 기포들이 육안으로 보인다. 그곳에서 작업하던 인부들은 폐차된 버스를 개조하여 땅속에서 올라오는 가스를 포집 가스레인지에 연결하여 취사를 하고 있었다. 독성이 강한 쓰레기가 묻힌 지역은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잘못하여 헛발이라도 들이게 되면 웬만한 물질을 녹여버리는 독성 때문이라고 당시 인부들이 말한다. 그리고 위험지역이 많아 잘못하다가는 길을 잃어버릴 수 가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처음에는 국제 매립장 높이인 45m까지 매립할 계획이었으나 마땅한 매립지가 없어 계속 매립하다보니 높이가 무려 약100m가 되는 위부분이 평평한 쓰레기산(山) 두 개가 생겨 하나는 노을공원이 되고, 또 하나는 하늘공원이 되었다. 1991년 인천 서구에 수도권매립지가 조성되면서 이곳은 매립이 중단됨에 따라 여러 가지 환경복구 노력을 해온 결과도 있지만, 수풀이 스스로 자라면서 각종 동·식물이 자리를 잡아 생태계가 되살아나는 자연의 위대한 복원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늘공원>
상류로 조금씩 올라올수록 물새들은 수면 위로 낮게 열을 지어 나르고, 잠수 왕 가마우지는 자맥질에 바쁘다. 멀리 성산대교를 중심으로 좌측의 마포와 우측의 여의도 고층빌딩들이 서로 각을 세운다. 안양천은 염창교 아래로 한강과 합류하여 서해로 흐른다. 안양천은 경기도 광교산 북쪽 계곡에서 발원하여 안양시를 관통하고, 서울과 광명시 경계를 흐르다가 서울의 도림천과 양천구 신정동 사이에서 합류하고, 영등포구 당산동과 양천구 목동사이에서 35.1㎞를 흘러와 한강으로 유입된다.
<가마우지>
<마포(좌)-성산대교-여의도(우)>
<한강과 안양천 합수부>
<안양천 하류와 염창교>
안양천 합류지점을 지나자 2019년에 완공예정인 월드컵대교 공사가 한창이고, 강 건너 맞은편에는 2002년 월드컵이 개최되어 월드컵축구 4강 신화를 썼던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보인다. 2001년 11월에 준공한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지하1층, 지상6층의 타원형 건물로 약6만7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축구전용경기장으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라고 한다. 경기장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방패연 모습인데, 경기장 이미지를 한강의 상징인 황포돛배가 모여 있는 형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공사 중인 월드컵대교>
<서울월드컵경기장>
한강 가운데는 월드컵분수대가 물을 뿜어 올릴 날만 기다리고, 양화선착장도 물놀이 나올 손님을 기다린다. 성산대교 밑으로 하여 조금 더 올라가면 선유도(仙遊島)가 나오고, 강변에서 선유도로 가는 선유교는 보행자만 다닐 수 있는 나무로 만든 다리이다. 마치 달나라의 항아(姮娥)님이 거닐던 황홀함을 잠시 안겨준다. 간간이 떨어지는 빗방울도 감로수(甘露水) 같다.
<월드컵분수대>
<양화선착장>
<선유교>
선유교를 건너자마자 푸르게 물이 오른 능수버들은 가지를 더 늘어뜨리고, 봄의 화신 벚꽃은 얼굴을 활짝 핀다. 선유도는 원래 선유봉(仙遊峰)이라는 작은 봉우리가 있던 한강의 섬이었는데, 일제강점기 때 홍수를 막고 길을 확·포장하기 위해 암석을 채취하면서 깎여나갔다. 또한 개통 당시 제2한강교로 불리던 양화대교가 건설(1962년6월∼1965년1월)되면서 선유봉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한다.
<선유도>
<선유도 벚꽃>
<선유도 벚꽃>
<선유도 능수버들>
그리고 1978년부터 서울 서남부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선유도정수장을 건설하여 사용되다가 2000년 12월 정수장이 폐쇄된 후, 정수장 건축시설물을 재활용하여 물을 주제로 한 시민공원인 선유도공원을 만들어 2002년 4월에 문을 열었다. 침전지(沈澱池)와 침사지(沈砂池) 등 과거 선유정수장 시설과 건물을 자연과 공유할 수 있도록 최소한으로 개조한 후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환경재생생태공원이다. 그야말로 콘크리트 등 회색문화지대에 꽃이 핀 형국이다.
<선유도공원관리사무소>
<구 침전지>
<구 침사지>
<선유정>
<선유도 능수벚꽃>
양화대교를 통해 당산역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양화대교 헌병검문소도 옛날과 달리 새로 단장하였고, 붐비던 자동차들도 지금은 좀 한산한 것 같다. 선유도 샛강도 물이 더 맑고, 여의도 국회의사당도 더 가깝게 보인다. 시민들이 한강으로 드나드는 노들길나들목 육갑문은 홍수 시 물의 범람을 차단하는 시설로 잘 보살펴 달라고 한다. 한강 양화안내센터에는 “한강의 봄, 꽃으로 피다”라는 슬로건으로 한강봄꽃축제를 예고한다. 이제 한강에도 봄은 완연하게 찾아왔다.
<양화대교>
<선유도 샛강>
<여의도 국회의사당>
<노들길 나들목 육갑문>
<한강 양화안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