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호수공원과 여우길
광교호수공원과 여우길
<2017. 1. 30, 월>
瓦也 정유순
설 명절 연휴 마지막 날 밤새 내린 눈이 내려 차창으로 비치는 관악산은 한 폭의 설화(雪畵)다. 기쁨과 즐거움 보다 씁쓸하고 슬픈 일이 정치·사회적으로 더 많았던 병신(丙申)년을 하얀 눈으로 다 덮어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다시 그려보라고 하얀 세상을 자연이 만들어 준 것 같다. 눈이 내려 설레이는 가슴으로 신분당선 광교중앙역에 도착하여 광교호수공원 쪽으로 나선다.
<눈 덮힌 관악산-과천>
광교호수는 일제강점기인 1929년 이지역의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광교산의 물줄기를 모아 만들어진 원천저수지(아랫방죽)와 신대저수지(윗방죽)를 광교신도시가 들어서면서 광교호수공원으로 만들어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수상레저시설, 놀이공원 위락시설 등을 복합적으로 설치하여 시민들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친수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광교호수공원안내도-네이버캡쳐>
원래 원천저수지는 수원시민들이 즐겨 찾던 유원지로 낭만의 추억이 묻어있는 곳이었고, 신대저수지는 강태공들이 즐겨 찾던 낚시터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생활근린공원이다.
<원천저수지>
광교호수 주변으로 소복이 쌓인 눈은 하늘의 하얀 뭉게구름과 조화를 이루며 솜이불을 넓게 펼쳐 놓은 것처럼 차가움 보다 포근함이 먼저 다가온다. 눈길이 미끄러워 자주 멀리 볼 수는 없지만 주변의 아파트 숲과도 오늘은 부조화보다 조화롭게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인간의 사단칠정(四端七情)을 다 눈 속에 묻어버려서 그런지 모르겠다.
<신축중인 고층아파트>
원천호수를 먼저 돌아보고 중앙공원을 오르고 내려 신대호수 쪽으로 간다. 주변 길가에는 신비한물너미, 재미난밭, 신대호수 먼섬숲, 다목적체험장, 캠핑장, 행복한 들, 조용한 물숲, 향긋한 꽃섬 등 각종 테마시설로 꾸며 놓은 것 같으나 설국(雪國)의 세상에서는 테마별로 구별하기가 힘들다.
<원천호에서 신대호로 가는 오솔길>
그러나 시민들이 언제든지 나와서 휴식과 모임의 공간으로, 또 도시의 일상과 축제를 함께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도시의 제방’인 어반레비(urbanlevee)를 구축해 놓았다. 광교호수공원의 진수를 맛보기 위해서는 겨울이 지나고 꽃피고 새가 우는 계절에 오면 좋을 것 같다.
<신대저수지>
오후에는 신대호수부터 원천호수 방향으로 돌아 나온다. 윗방죽과 아랫방죽을 팔(8)자형으로 돌아 여우길로 접어들어 광교산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여우길은 광교산 자락으로 여우가 다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원천호수에서 광교산으로 이어지다가 다시 원천호수로 돌아 나오는 산책로로 모수길, 지게길, 매실길, 도란길, 수원둘레길, 효행길, 화성성곽길 등 <수원 팔색길> 중의 하나이다.
<여우길>
양지 바른 쪽 사람이 밟고 다닌 곳은 눈이 녹아 약간 질퍽해도 걷기에 좋았으나 응달진 곳에는 눈이 녹다가 얼어붙어 미끄럽다. 능선 중간 중간에 사색공원, 혜령공원, 연암공원 등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여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았고, 좌측으로 국토지리정보원, 아주대학교, 수원지방법원, 수원월드컵경기장, 경기남부경찰청 등의 공공시설이 지척이다.
<여우길>
<여우길>
그리고 1208년(고려 희종4)에 창건되어 비구니 교육의 중심인 봉녕사(奉寧寺)가 가까이 있지만 들르진 못하고, 수원박물관 쪽으로 내려온다. 2008년 10월에 문을 연 수원박물관은 수원의 고대에서 근대 역사 유물들을 모은 수원역사박물관, 역대 명필들의 글씨와 그림들을 모아 전시한 한국서예박물관, 이종학선생이 기증한 일제강점기 자료들을 전시한 이종학사료관 등 한 자리에서 세 분야를 볼 수 있는 종합박물관이지만 그냥 지나친다. 그리고 경기대학교 후문까지 내려와서 오늘의 일정을 마감한다.
<수원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