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미스킴라일락

와야 정유순 2022. 5. 3. 22:41

미스킴라일락

瓦也 정유순

 

  우리나라는 1945년 해방 이후 1948년 정부 수립이 될 때까지 3년 동안 미군이 우리 정부를 대신했었다. 이때를 미군정시기라고 한다. 당시 미 군정청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엘윈. M 미더(Elwin. M. Meader)라는 사람이 북한산 백운대로 등산을 갔다가, 우리의 토종인 수수꽃다리과에 속하는 정향(丁香)나무의 꽃 향기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북한산>

 <정향나무>

 

  미국으로 돌아갈 때 이 나무의 씨를 가져가서 싹을 틔워 지금의 미스킴라일락을 개발하였다고 하는데, 그 당시 미 군정청에서 같이 근무했던 타이피스트의 이름을 따서 미스킴라일락으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미스킴라일락은 미국과 영국 등 해외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하여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불티가 나고 우리는 다시 역수입해야 한다. 이를 가져간 사람은 남의 나라 종자로 많은 돈을 벌었음은 물론이다

<미스킴라일락>

 

  이렇게 인기가 좋은 이유는, 처음 꽃봉오리가 맺힐 때에는 진한 보라색으로 있다가 봉오리가 열리면서 연한 보라색으로 되고 꽃이 활짝 피면 짙은 향기를 발산하면서 백옥 같은 하얀색으로 변신하는 과정이 너무 매력적이다. 또 하나는 웬만한 추위에도 끄떡 없이 잘 견뎌 내고 생명력이 강하여 라일락의 여왕이라고 한다

<미스킴라일락>

 

  이런 방법으로 외국으로 흘러나간 우리의 토종식물이 셀 수 없이 많다고 한다. 전남 완도의 산딸나무 지리산의 원추리 전북 부안의 호랑가시나무 무주 덕유산의 구상나무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식물 유전자원 천백 여종 중 약 일천 여종이 우리나라에서 가져간 것이라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호랑가시나무>

<구상나무>

 

  또 다른 유출되는 방법으로는 생명력이 강한 내장산 단풍나무 묘목을 네덜란드에서 수입하여 자기나라 고유종의 단풍나무와 접()을 부쳐 더 강한 종으로 개량하여 다른 외국으로 수출까지 한다고 한다

<단풍나무>

 

  우리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면 이름도 모르는 풀과 나무를 수 없이 만나곤 한다. 어느 때는 걷기가 불편하여 발로 비벼 없애거나 뿌리 채 캐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너무 귀찮게 여겨 독한 제초제(除草劑)를 마구 뿌려 씨를 말리려고 한다. 이러한 것들을 우리는 흔히 잡초 잡목으로 치부해 버리고 만다. 이들의 이름을 알려고도 하지 않고 그냥 풀이고 나무다

<미스킴라일락>

 

  그래도 이들이 모여 숲을 이루면 그저 아름답게 보아 주는 것만이라도 천만다행이라고나 할까.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약초(藥草)가 아닌 것이 없고, 조금만 손질하면 식용으로도 가능하다. 일부는 독초(毒草)도 있으나 독만 제거하면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병아리꽃>

 

  본초강목(本草綱目)이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우리나라 식물들의 효능에 대하여 많은 기록이 있어 왔다. 예를 들면 토종민들레가 성인병에 좋고, 질경이는 이뇨작용을 도와주며, 도라지는 기관지 천식에 효과가 있고, 토종 엉겅퀴는 간()기능에 도움을 주고, 대나무 잎은 해열작용을 도와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

<토종민들레>

 

  그러나 이렇게 유용한 식물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을 듯하다. 별로 쓸모가 없어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고 있는 잡초라는 식물은 실제로는 이용가치가 많은 진짜 무공해 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누가 돌보아 주지 않고 지나가는 무수한 발길에 짓 밟혀도 기 한번 꺾이지 않고 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아, 이 땅의 정기를 가득 받아 그대로 살아 있는 것은 자연 본성의 그대로이다

<골담초>

 

  인디언 사회에는 잡초라는 말이 아예 없다고 한다. 모든 식물은 존재의 가치가 있고 그들에게 잡초는 먹 거리이자 병을 치료하는 약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에게는 너무 흔해 복이 넘치는 것일까. 그 소중함을 알지 못했거나 잊어 버렸다는 것이 쑥스러울 뿐이다

<둥글레>

 

  우리도 식물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우리 것을 보호하면서 용도에 맞게 자원화 하는 것이 녹색경제의 디딤돌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가 지켜야 할 토종들은 우리의 관심 밖에 있을 때, 눈 밖으로 자꾸만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미스킴라일락>

<금낭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