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영산강 물길 따라(세 번째-4)

와야 정유순 2022. 7. 5. 00:59

영산강 물길 따라(세 번째-4)

(영산포목포, 2022 6 2526)

瓦也 정유순

  어젯밤은 영산강 답사의 마지막 밤이었지만 암모니아 냄새가 톡 쏘는 홍어 맛에 취해 숙면(熟眠)을 하고 조반 수저 놓기가 무섭게 무안군 일로읍 회산백련지로 달려간다. 일로읍(一老邑)은 전라남도 무안군의 남부에 위치하며 1980년에 읍으로 승격하였으며, 읍사무소는 월암리에 있다. ‘일로(一老)’라는 이름은 1172(고려 명종 2) 무안현 초대 현감 나자강이 시찰 중 일로마을을 지나다 길이 좁아 노인 한 명밖에 다닐 수 없었다 하여 <일로(一老)>라 불렀다고 한다

<무안회산백련지>
 

  무안군 일로읍(一老邑) 복용리 회산마을에는 회산백련지(回山白蓮池)라는 연못이 있다. 이 연못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조상들의 피땀으로 2개 저수지를 합해 복룡지라는 이름으로 축조한 이후 33만여에 둘레는 3로 인근 농경지 250ha에 농업용수를 공급하였으나, 1981년 영산강 하구둑이 완공되면서 저수(貯水)기능을 상실하고 연못으로 방치 되었었으나, 연꽃으로 사람들이 몰려오자 회산마을의 <회산(回山)> 세상 기운이 다시 모인다라는 뜻으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회산백련지>

 

  이렇게 방치되던 저수지가 아름다운 연꽃으로 가득한 공원이 된 것은 한 농부의 꿈에서 시작되었다. 이제는 고인이 된 정수동씨는 1955년 여름 무렵 하늘에서 열두 마리의 학이 저수지에 내려앉는 꿈을 꾸었는데, 하늘에서 내려와 앉은 학의 모습이 마치 백련이 피어 있는 모습과 비슷하여, 다음날 동네 아이들이 주워온 연뿌리 열두 주를 저수지 가장자리에 심고 정성껏 백련을 가꾸어 지금의 대규모 군락지가 탄생하였다는 말이 전해온다

<백련>

 

  실제로 저수지 수면이 점차 낮아져 연꽃 자생에 적절한 환경으로 바뀌면서 백련이 급속히 번지기 시작하여 1990년 초반에는 드넓은 수면이 백련으로 가득 찼고, 1997년 연꽃축제를 시작하면서 백련지라는 이름으로 바꾸었으며, 동양에서 가장 큰 백련서식지로 자리 잡았다. 꽃이 일시에 피어나는 홍련과는 달리, 백련은 7월부터 연잎이 덮이기 시작하여 3개월 동안 연못을 가득 메운다고 한다. 특히 요즈음은 충청지방 이남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가시연꽃 군락이 발견되어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가시연-2006.2 태국에서 촬영>

 

  280 길이의 백련교가 연못을 가로지르고 있으며, 다리 중간에 높이 1의 전망대가 3개 있으며, 연못에 서식하는 청개구리 등의 조형물을 만들어 찾아오는 사람들의 재미를 복 돋운다. 백련을 비롯하여 수련·가시연꽃·왜개연꽃·개연꽃·홍련·애기수련·노랑어리연꽃·어리연꽃 등 30여 종의 연꽃 및 50여 종의 수중식물과 수변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생태학습을 위해 수생식물·야생화·재래작물 등을 심어놓은 자연학습장도 있다. 간혹 연 줄기에는 우렁이가 알을 낳아 붙여 놓은 모습도 보인다

<청개구리조형물>

 

<우렁 알>

 

  연꽃은 더러운 물속에서 맑고 향기로운 꽃을 피운다. 불가(佛家)에서는 연꽃의 이런 특성이 불교의 근본적인 가르침과 같다고 해서 불교를 상징하는 꽃으로 여겨 연꽃을 만타라화 (曼陀羅花, 부처가 설법할 때 하늘에서 내려온다는 꽃)라 부른다. 또한 연꽃은 모든 진리의 완성을 뜻하는 것으로, 심청이의 연꽃 환생은 효의 완성을 의미 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부처의 좌대인 연화대(蓮花臺)에는 연꽃이 새겨져 있다

<백련>

 

  항상 다음 일정은 현재의 머무름을 용납하지 않는다. 영암군 학산면 은곡리 석포마을에서는 송엽국이 활짝 피어 아쉬운 마음을 달래준다. 송엽국(松葉菊)은 상록 다육 다년초로 꽃 색의 화려한 아름다움에 발길이 저절로 멈출 정도로 눈부시다. 원산지는 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 주 서북부 일대에 분포하며 약 200종 이상 있다고 한다.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적이지는 않으나 노지 들판에서 채집하면 이용 가능하다

<송엽국>

 

  무안의 회산백련지에서 바로 영암지역으로 방향을 바꾸는 바람에 무안에 대한 고찰이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사실 무안(務安)은 전남지방의 젖줄인 영산강을 안고 있는 비옥한 곡창지대지만 목포와 이웃해 있어 존재감이 떨어지는 면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전남도청이 무안의 남악신도시에 있으나 목포에 있는 것으로 착각을 한다. 남악신도시가 목포시내와 접해 있고, 전남도청을 가기 위해서는 목포시내를 경유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영산강 무영대교>

 

  남도의 곡창지대를 적시며 흘러온 영산강은 바다로 흘러들기 직전에 무안 땅을 촉촉이 적시며 토양을 살찌운다. 하천 길이가 짧은 강이지만 무안에서 목포로 이어지는 강 폭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수량이 많아 서울 한강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풍성한 들판과 강물을 함께 볼 수 있는 길이 무안에 다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넓어진 영산강 옆으로는 아득히 둑길이 뻗어나는데, 이것이 들판과 강물을 함께 볼 수 있는 정겨운 흙길 <남도 삼백리 길>이다

<영산강(강건너가 무안)>

 

  진산(鎭山)인 월출산에 있는 바위 이름에서 유래된 영암군은 산위에 움직이는 바위라는 뜻의 동석(動石) 3개가 있었는데, 중국 사람이 이 바위들을 산 아래로 떨어뜨리자 그 가운데 하나가 스스로 제자리에 올라왔다고 한다. 그 바위 때문에 큰 인물인 많이 난다고 하여 영암(靈巖)’이라고 하였는데, 고을 이름도 영암이라 하였다고 한다. 삼포강(三浦江), 영암천(靈岩川), 도갑천(道岬川), 송계천(松溪川) 등의 하천들이 영산강으로 흘러들어 평야를 형성하고 있다. 군소재지인 영암읍 등 2 9 121리를 관할한다

<자귀나무 꽃>

 

  학산면(鶴山面)은 특이하게 영암군 서부에서 남동부에 길게 걸쳐 있는 면으로 동쪽은 강진군 성전면(城田面), 서쪽은 삼호면(三湖面), 남쪽은 미암면(美岩面) 및 해남군 계곡면(溪谷面), 북쪽은 군서면(郡西面서호면(西湖面)과 접하고 북서쪽은 영산강 하구인 영산호(榮山湖)에 면한다. 동쪽의 흑석산(黑石山)에서 발원한 망월천(望月川)과 동부 산지에서 발원한 화송천(華松川)이 각각 관개용수를 공급하면서 북류하여 영산강으로 유입한다

<은곡리의 영산강>

 

  은곡리(隱谷里)는 서쪽으로는 영산강이 흘러 선착장이 있으며 동쪽으로는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자연마을로는 석포, 신정굴, 음지, 이구산 등이 있다. 석포는 이구산 서쪽에 있는 마을로 앞에 개[]가 있었다 하여 석포(石浦)라 하였으며 숭어가 많이 났으므로 나라에 진상을 했다고 한다. 이구산은 은곡 서북쪽 산 밑에 있는 마을로 비구니가 살았다 하여 이구산(尼丘山)이라 하였다. 신정굴은 석포 북쪽, 들 건너에 새로 된 마을이라 하여 신정굴이라 한다. 음지마을은 은곡의 응달쪽에 있다 하여 음지라 하였다

<영산호>

 

  석포마을은 평지에 형성되어 있으며, 산이 있는 동쪽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름진 농경지로 넓게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그 농경지에는 농작물 대신 태양광발전시설의 집열판이 빼곡하여 흉물처럼 보인다. 이렇게 기름진 땅에 태양광집열판을 꼭 설치해야 했을까? 일손이 턱없이 모자라 농사짓는 것 보다 더 효율적이고 이익이 많아서 선택한 일인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아무리 청정한 대체에너지가 필요하다고 해도 용도 외 사용은 납득하기가 좀 어렵다

<태양열 집열판>

 

  하류 쪽으로 내려가는데 망월천이 가로막는다. 상류로 올라가 망월천교를 건너면 영암군 삼호읍 산호리다. 망월천(望月川)은 영암군 학산면에서 발원하여 삼호읍에서 영산강과 합류하는 지방 2급 하천이다. 망월천이라는 이름은 미암면 채지리 망월정(望月亭) 마을에서 유래하였다. 망월천은 영산강 수계 제1지류로, 유로 연장 19, 하천 연장 13.28이며, 유역 면적은 45.88이다. 망월천 제방에는 복분자(覆盆子)라고도 부르는 산딸기가 발목을 잡아 걸음을 더디게 한다

<망월천 산딸기>

 

  삼호읍(三湖邑)은 영암군에서 서쪽으로 길게 뻗은 반도 모양의 지형으로 고도 100200m의 구릉이 산재하고 그 사이에 좁은 평야가 있다. ·보리·고추 등 일반 농산물과 무화과(無花果)가 많이 재배한다. 김 양식이 활발하며 낙지가 주요 어획물이다. 나불리~목포시 삼향동 간의 영산강 하구둑으로 국도가 통하며, 목포시에 면한 해안일대에 대불방조제가 있고, 대불국가산업단지가 자리한다. 문화재로는 서창리(西倉里용앙리(龍仰里망산리(望山里서호리(西湖里난전리(蘭田里) 등에 지석묘군 있다. (계속)

<회산백련지 전망대>